모든 길은 걸음의 흔적인데, 흔적(痕迹)이란 말 그대로 발뒤꿈치의 상처/헌데를 가리키니,
결국 길이란, 걸었던 이들이 남겨 놓은 상처의 총체이며 걷는 이들이 받는 상처 그 자체이다.
그럼에도 '걷기'라는 시간성/역사성의 문제와 더불어 '걷는 사람들'이라는 주체의 문제를 까마득히 잊은 채,
오로지 상속받거나 수입된 '길(들)의 이치에 순치되어 온 이 땅의 학인들은, 정작 '길'의 기원인 상처의 이력과 '길'의 주체잉ㄴ 상처받은 이들에 대해 매양 무감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
김영민